2021. 1. 13. 12:57ㆍ서호주라이프
임신을 앎과 동시에 시작된 입덧.
입덧만 끝나면 첫째 임신때와 같은 몸 상태 일꺼라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다
나의 첫번째 임신으로 말 할 것 같으면
임신하고 36주 6일까지 꾸준히 임신과 똑같이 일하고
정확히 4주 딱 쉬고 예정일에 엘리나를 낳았다
그 4주 동안에도 일을 일찍 그만둔 것에 대해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
한 3일은 쉰다고 좋아했는데
3일 지나니 심심하고 엉댕이 좀이 쑤셔서....-_-
요리하는 일을 했던지라 하루 8-9시간 서서 일 했지만
일 하는 동안 임신해서 힘들다는 생각은 1도 못했고
배도 엄청 작았고 심지어 36주 6일 만삭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그만뒀지만
그만 두는 날 내가 임신해서 그만두는지 모르는 동료들도 많았을 정도..
부종이나 임당 등 임신했을 때 흔하게 겪는 크고 작은 이벤트들도 없었고
딱히 태교도 없이 그렇게 지냈다.
마지막 4주 동안 출산 전날 까지도 아침마다 하루 2시간씩 걸어다니고
잠자고 화장실가는 시간 외엔 집에서는 늘 짐볼에 앉아 콩콩 거렸다
밥도 짐볼에 앉아 먹음.
첫 출산이지만 3시간만에 순산!
이런 타이틀이 당연히 내 이야기가 될꺼라고 생각했다
하루종일 진통하고 새벽 1시 넘어 응급으로 수술하게 됐지만
수술도 나쁘지 않았고
수술하고 다음 날 아침부터
정확히 말하면 수술 후 9시간만에 폭풍 걸어다니며
짐승같은 회복력으로 3일만에 퇴원했다
(물론 호주도 수술 할 경우 5일 입원이지만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어서.. 자진 퇴원요구)
어쨌든 임신해서 힘들다. 라고 말 하는건
단순히 내가 임산부라 누리고 싶고 보호받고 싶은 심리적인거라고 생각했다
나의 두번째 임신도 첫째 때 보다 더 심한 지옥같은 입덧이 찾아왔고
이 입덧만 지나가면 정말 슬기로울꺼라 생각했다
너무나 당연하게.....
그러나 웬걸..
18주 쯤 입덧 끝나자마자 감기 걸리면서 기침까지 하게 됐는데
불과 몇 주 전까지 정말 멈추지 않는.. 너무 기침을 심하게 해서
숨만 쉬어도 몸통이 다 아픈 지경까지 이르렀고
약 사러 약국에 갔더니
약사는 내가 말하며 내는 숨소리만 듣고도
상태가 심각해보이니 빨리 병원가는게 좋겠다고 했다
그렇게 찾아간 병원에서는 청진기를 내 등에 대보고는
오른쪽 폐에서 공기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며
폐렴 진단을 내렸다.
코로나 땜에 난리인 이 시국에 폐렴이라니
아이한테 안전하다는 약을 처방받아 2주 복용했지만 낫지 않았고
더이상 임산부가 복용 할 수 있는 약은 없다고 했다.
시댁에서 알려주는 호주 민간요법
친정에서 알려주는 한국 민간요법
온간 민간 요법이란 요법은 다 쓰고
하물며 한국에서 친구가 내가 너무 안쓰럽고 불쌍하다며
기침에 좋다는 각종 한방차까지 보내줬다
그렇게 4개월 가까이 기침에 시달렸다
숨만 쉬어도 온 몸에 근육통이 생긴것 처럼 아프고
그냥 자고만 일어나도 기운 없고
내 인생 몸이 가장 아프다고 느꼈을 때가
A형 독감 걸렸을때 인데
그에 한 5배는 아팠던거 같다
내 인생 정말....... 하..
아프고 힘들다는 말로 표현이 부족해서 말하기 싫을정도로
징글징글하게 몸이 아프고 힘든 시간을 보내며
좀비 처럼 임신 기간을 보냈다.
그리고 만삭.. 이제 출산이 30일도 채 남지 않았다
병원에서 브이백(수술후 자연분만을 시도하는 것)을 하지 않겠냐며
내 의사를 물었지만 단호하게 놉!
난 지금 10분 이상 걷기도 힘든 몸 상태인데 자연분만이라니
쌍욕 뱉을 뻔..
보통 임산부에 비하면 둘째 임신임에도 배는 여전히 작은편이라고들 하지만
한번 늘어났던 배라 그런지 확실히 첫째 때 보다는 크고
첫째 낳는다고 수술한 부위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나 아파서
진짜 걷는것도 너무 힘들다
초음파 검사 다 했지만 수술에는 이상이 없다고 하고
그냥 수술했던 부위가 늘어나면서 오는 통증이라고 했다
사실 너무 기다렸던 아이였고
심한 다낭성 난소 증후군으로 임신이 어려워
정말 어렵게 어렵게 갖은 둘째지만 긴 병에 효자 없다더니
내 몸이 이리 오래 아프니 사실 임신기간 동안 행복...했다기보다
아..무 생각 없이 그냥 빨리 태어나기만 바랬던거 같다.
거기에 대해 둘째한테 뭐 미안하고.. 뭐 이런 감정이 들 틈도 없을 만큼...
이번 임신 기간을 겪으며 다시금 느끼는거지만
정말 인생은 내가 제일 중요하다.
20대 초반부터 내가 늘.. 좌우명 처럼 생각하는 거고
고민 상담을 하는 친구들한테도 늘 강조하는.. 이야기 였다
이기적인게 아니라.. 내가 건강하고 행복하고 안아파야
날 보는 우리 부모님도 행복하고
내 주변 이들도 행복한거라고..
나만 생각하라는게 아니라 나 먼저 생각하는거라고 늘 입버릇처럼 얘기 했었는데
엄마가 되는 과정도 그렇더라
내가 안아프고 내가 건강한 임산부여야 임신기간도 행복하고
아이를 생각할 겨를도 있고 한거지
내 몸이 아프니... 그렇게 힘들게 갖은 둘째임에도
태교니 뭐니.. 심지어 태명도 없었네 우리 둘째는;
이름이 빨리 정해져서 다행이구나
어렸을 때 부터 난 딸 셋 엄마가 꿈이었고
아들을 바랬던 남편이라..
딸 둘에 아들 하나도 괜찮겠다 했는데
어젯밤 남편보고 정관수술하라고 명령함.
내 인생에 임신은 다신 없는걸로!!!!!!!!!!
그래도 아가야 너의 존재는 사랑이란다: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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